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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일자 샌드의 < 센서티브 > - 3

by 푸른수첩 202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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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한 겹의 거리를 두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민한 사람들은 자기를 방어할 기제를 마련하고 문 밖을 나선다.

 

 

5 장 .   분 노 에  감 춰 진   슬 픔

 

   민감한 사람들은 화를 내고 다시 감정을 추스르고 균형을 잡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은 싸우는 걸 싫어하고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면 그가 느끼는 고통을 같이 느낀다.  그들은 상대방의 갑작스러운 분노를 직면하면 대부분 조용히 물러선 다음 며칠 후에 그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과 용납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분명히 알려주려 한다. 그들은 언성을 높이는 공격적인 논쟁을 좋아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참기 힘들어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분노를 다루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때문에 그들은 침착하게 "아니요" ,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 "이 일은 못하겠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들은 갈등 상황에서 물러서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을 재조정하는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분노는 '감정의 보호막'과도 같다. 그 보호막 밑에는 분노보다 더 연약한 다른 감정이 숨어 있다. 민감한 사람들은 그 숨겨진 감정을 파악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을 잘 활용하면 숨겨진 연약한 감정을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다. 

  또한 민감한 사람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관계를 지속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상대방이 변할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계속 친절을 베풀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런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 한계를 정해야 한다. 

   만약 어떤 일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최선의 중도를 찾아야 한다. 최선의 중도는 "너 때문에 내 좋은 기분을 망쳤어"  또는  "나는 지금 굉장히 예민해" 라고 당신의 느낌을 중립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싫어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할수록 상대방과 더 명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더 잘 표현한다고 느낄수록 상대방과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불만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것은 나쁜 전략이다. 부정적인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피상적이고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이 당연히 정해야 할 한계를 정하지 않는 것은 자존감이 낮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면에서 분노가 일어날 때 그것은 우리를 다른 감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일 때가 많다. 그러므로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분노의 내면에는 현실이 달라질 수 있고 달라질 거라는 희망이 숨겨져 있다. 분노는 장애물에 대항하기 위해 고안된 강력한 에너지다.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면 의식하든 못 하든 싸워야 할 대상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만약 이길 가능성이 없는 전쟁을 포기할 때는 분노가 슬픔으로 변한다. 분노와 달리 슬픔은 다른 사람의 지지와 공감을 얻는다. 또 건강한 슬픔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어떤 대상과 싸우고 있으며 어떤 희망이 숨겨져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럴 때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게 된다. 

  예민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더 많이 비판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아를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과도한 짐을 지우기 때문에 과도한 자극을 받고 정신적인 탈진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희망'과 '불가능한 소망'을 구별하고 슬픔을 직시할 때 그 슬픔은 치유의 힘을 발휘할 것이다. 

 

6 장 .  죄 책 감 과   수 치 심

 

  죄책감에는 실제적인 죄책감과 실제보다 과장된 지나친 죄책감이 있다.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머니의 생일날 날씨가 좋지 않은 건 내 잘못이 아니다. 내게는 날씨를 통제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일날 찾아가지 않아서 어머니를 외롭게 했다면, 그것은 분명히 내 잘못이다. 하지만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면 그것이 적절한 감정인지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 죄책감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대가일 수도 있다. 심리치료사 벤트 포크(Bent Falk)는 이러한 유형의 죄책감을  '실존적 부가가치세'라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원하는 직업이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해서 그를 실망시켰을 경우, 부모에게 그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고 부모를 실망시켰다는 자기 인식 또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으로 진실하게 살아가기 위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 등이 그에 해당된다. 

  그러나 직접 하지 않은 일이나 실제로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과도한 죄책감이다. 죄책감은 '자신의 무력함과 슬픔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볼 수도 있다. 배우자가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탓하는 게 덜 고통스럽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결혼 생활의 진실을 외면하고 다른 곳에 주의를 돌리는 것이 그런 유형이다. 집안에 갈등이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어떤 아이들은 그 문제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려 하는데 그것은 자신에게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야 더 안전하기 때문에 그렇다. 부모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 두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죄책감이 우리를 억누를 때 자신이 느끼고 있는 죄책감이 적절한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것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죄책감은 당신이 행한 구체적인 일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반면에 수치심은 당신의 전 존재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수치심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다. 거기에는 잘못된 것이 드러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수반된다. 수치심을 느낄 때 당신은 숨고 싶어진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 수치심은 근본적으로 자신에게 어떤 결함이 있다고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에 그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런 수치심은 어린 시절에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결핍감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엄마를 위로해주려고 할 때마다 엄마가 거부하는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남들을 위로하고 싶어 하는 자신의 욕구를 수치스러운 감정으로 느끼게 된다. 만약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는데 건강한 아이는 밖에 나가서 다른 아이들과 놀아야 한다는 말을 늘 듣고 자란다면 그 아이는 혼자 있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자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자기 방에 들어갈 때마다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할 것이고 혼자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발견하면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자신이 느끼는 수치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그런 감정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남들을 위로하고 싶은 감정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는 소년이 어른이 되어 다시 누군가를 위로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다른 사람이 그에게 위로와 지지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런 시도가 어색하고 불안하게 느껴지지만 그것을 기꺼이 수용할 때 그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남을 위로하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더 이상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된다. 

  민감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성향을 부끄럽게 여긴다

  -  때때로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고 싶다.  상황에 빨리 대응하지 못하고 반응할 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남들이 나를 솔직하지 못한 사람으로 생각할까봐 걱정된다.  치열한 경쟁에 합류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쉽게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즐기는 대화를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느낄 때가 많다.  남들보다 먼저 피로감을 느낀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고 자신의 비밀이 탄로 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들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들은 위로를 받고 지금까지 숨기고 싶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방법을 찾는다. 그것은 수치심에서 해방되는 과정의 시작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과정을 통해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경험을 폐기한다. 

  " 나는 엄마가 우리 집에 올 때, 몇 시에 도착하고 몇 시에 떠날지에 대해 의논할 수 있게 되었어요."

  " '나는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너무 피곤해서 견디기 힘들어요' 라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 엄마가 오래 머무르지 않다는 걸 아니까, 엄마와 훨씬 더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 잉어, 50세

 

 

**  일자 샌드의  <센서티브> - 4   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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