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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이버 데이 (Labor Day), 절망 속에서 피어난 사랑

by 푸른수첩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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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더 이상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갇힌 지점에서 서로 만났다

 

 1.  영화  레이버 데이(Labor Day)  내용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아들 헨리(게틀린 그리피스)를 키우던 아델(케이트 윈슬렛)은 노동에 오랜만에 외출을 하게 된다.  마트에서 아들과 오붓하게 쇼핑을 하던 아델은 거동이 불편한 남자 프랭크(조시 브롤린)를 만나 협박을 받고 어쩔 수 없이 그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아델의 집에 온 프랭크는 자신이 맹장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도망친 탈옥수임을 밝히고 몇 시간만 쉬게 해 달라고, 그 후엔 해치지 않고 떠나겠다고 약속한다. 아델과 프랭크는 긴장하지만 아델을 인질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그녀를 의자에 묶고 집안의 음식을 뒤져 요리까지 해주는 프랭크에게 저항 못할 묘한 끌림을 느낀다.  프랭크는  아델의 집에서 계속 요리를 하고 낡은 집을 수리하고 자동차를 정비한다.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자신이 일일 남편 노릇을 자처하기까지 했던 아들 헨리는 프랭크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끌린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야구를 가르쳐주는 프랭크는 영락없는 부성의 초상이다.  남편이 없던 집에 남편이, 아버지가 없던 집에 아버지가 불시에 방문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 모자는 전에 없던 삶의 활력을 느낀다.                                                                 

 

  다음 날 이웃이 모자의 집을 방문해 복숭아를 가져다 주러 온다. 복숭아가 너무 많아서 아델이 고민하자 프랭크는 복숭아를 자르고 밀가루를 반죽해 복숭아 파이를 만든다. 그들 셋이 주방에서 복숭아 파이를 만드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예상 못한 성찬을 맛본 그들의 얼굴에 행복과 기쁨의 생기가 흐른다.  셋이 주방에 있던 모습은 그저 영락없는 한 가족의 모습이다. 프랭크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남자였으나 아내의 외도를 추궁하다가 홧김에 아내를 밀친 것이 사망으로 이르게 되어 감옥살이를 하던 사람이었고 그때 2층 욕조에 있던 아이마저 익사한 사연이 있다. 아델은 습관성 유산으로 아이를 여러 번 잃게 되자 우울증에 빠져 살다가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혼자 살아오던 싱글맘이었다 둘은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마음을 주게 되면서 캐나다로 달아날 계획을 세운다. 헨리는 엄마가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고민하지만 끝까지 함께한다는 아델의 말에 안심을 한다. 새로운 가정을 꾸려 근처에 살고 있는 친부에게 자신이 떠난다는 편지를 몰래 써서 우편함에 두고 돌아오는데 결국 이게 빌미가 되어 친부의  신고로 프랭크는 경찰에 잡히게 된다.                                                                                                         

 프랭크와 함께 세상 밖으로 힘겨운 한 걸음을 뗄 결심을 했던 아델이었지만 결국 아델은 더욱 심한 우울증을 겪게 되고 헨리는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헨리는 친부에게서 자기 엄마에 대한 미안함의 솔직한 표현을 듣게 되고 학창 시절의 마지막 여름에 엄마인 아델과 함께 지내면서 그녀에게 그 때 그 복숭아 파이를 만들어준다. 헨리는 프랭크에게 배운 파이 레시피로 가게를 차려 유명해지고 교도소에서 헨리의 기사를 읽게 된 프랭크는 헨리에게 편지를 써서 아델에 관해 묻는다. 그리고 프랭크는 출소하여 이제는 많이 늙고 노쇠한 아델과 재회한다.     

 

2.  감상평

 

  아델과 헨리가 마트에서 프랭크를 만났을 때는 스릴러 영화가 시작되나 싶지만 이들이 아델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영화는 이미 끈적거리는 여름의 끝에 맛보는 과육 진한 복숭아 향을 풍기는 로맨스물이면서 어린 아들 헨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성장영화가 된다. 사실 이 들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끌리는 지점보다는 아들 헨리의 관점으로 보는 둘의 관계와 심리 묘사가 더욱 좋았던 것 같다. 애초에 아델이 대인기피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트에 간 것은 헨리가 엄마의 일일 남편 노릇을 자처했기 때문인데 대인기피증에 빠져 집에 혼자 있는 엄마에 대한 헨리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무척 컸다는 걸 보여준다. 새로 가정을 꾸려 이복형제들과 사는 아버지는 한 마을에 살고 있고 그들 가족과 만나 식사를 할 때 헨리는 또 다른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엄마를 지킬 사람이 자기뿐이라는 부담감과 아버지의 가족과 완전히 하나 될 수 없다는 외로움 사이에 헨리가 있었다. 그리고 엄마와 프랭크가 친밀해지기 시작할 때 남녀 사이의 사랑의 언어를 관찰하면서 자기가 끌리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예민해지는 모습, 엄마가 프랭크가 자기를 버리고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는 소년의 심리를 무척 잘 표현하고 있다. 

  프랭크가 복숭아 파이를 만들기 위해 복숭아를 자르고 밀가루를 반죽할 때 아델과 헨리가 부엌에서 함께 그 과정을 경이롭게 지켜본다. 마치 아버지가 맛난 음식을 만들어줄 때 아내와 아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 보듯. 그리고 그 음식을 맛볼 때 그들의 얼굴에 퍼지던 놀라움은 행복과 즐거움으로 바뀌고 정말 그저 평범한 가정에서처럼 소파에 앉아 스킨십을 나누는 아델과 프랭크, 그걸 넌지시 비춰 보며 바닥에 엎드려 파이를 먹는 프랭크. 탈옥수와 함께 있는 긴장감 속에서도 일상의 평화를 맛보는 그들에게서 균형이 맞춰진 완전한 가정의 아름다움을 잠시 느끼게 된다. 

  프랭크는 헨리에게 타이어 가는 법과 야구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결국 헨리의 실수로 프랭크가 다시 잡혀가게 될 때 프랭크가 헨리에게 하는 말, 그것이 나에게는 너무 인상적이었다. 아델이 인질이었던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의자에 테이프로 손을 묶고 헨리를 쳐다보며  "넌 착한 애다, 헨리. 누가 아니라고 하면 무시해도 좋아."  라고 말한다.  어떤 말들은 사람의 일생을 평생 지배한다. 프랭크는 헨리가 어떤 좋은 자질을 가진 아이인지 금세 알아보았고 그걸 고무시켜 준다, 마치 아버지처럼.  헨리에게는 어쩌면 바로 이 순간 진정한 아버지가 생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아버지에게서 받은 정신적 유산으로 소년기를 보내고 그가 가르쳐 준 레시피로 인생을 헤쳐 나갈 기반이 될 파이 가게를 차린다. 어머니를 한 명의 여성으로 이해하게 되고 프랭크와 함께 한 노동절의 추억을 기리는 파이를 만들 내면의 힘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프랭크가 주고 간 선물이다.                                                                                                                                                           

 

3.  기타

 

   2014년 미국에서 개봉했지만 1,800만 달러 제작예산 대비 박스 오피스 수익 2,000만 달러로 흥행에선 대실패한 레이버 데이.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만큼 각별한 애정과 공을 들인 영화였지만 비평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인터뷰에서 라이트먼은 자신은 헨리에 초점을 맞추었고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 최선을 다한 작품인데 흥행 실패가 뼈 아팠다고 했다는데 감독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사람들에겐 이 영화가 로맨스 영화로 보이겠지만 내가 보기엔 이 영화는 헨리가 주인공인 성장 영화이다.  영화가 소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데 소설을 읽어보진 못해서 1인칭 주인공의 성장소설인지 아닌지는 확인해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감수성 여린 소년 헨리의 눈으로 시종일관 아델과 프랭크를 관찰하고 있고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순간을 포착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버지도 엄마도 빈자리인 한 소년의 내면에 어떻게 모성과 부성이 자리를 잡게 되는지, 그리고 남녀 간의 진정한 사랑에 대해 배우게 되는지, 인간에 대한 진정한 배려와 공감을 학습하게 되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아름다운 성장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레이버 데이 (Labor Day) 

  장르 :  드라마, 멜로, 로맨스

  감독 :  제이슨 라이트먼

  출연 :  케이트 윈슬렛, 조시 브롤린, 게틀린 그리피스 외

  상영 시간 : 1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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