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어바웃 타임 > - 내용
21세가 된 팀 (도널 글리슨)은 아버지 (빌 나이)로부터 자기 집안의 남자들에게만 내려오는 특별한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한다. 옷장 같은 어두운 곳에 들어가 주먹을 쥐고 원하는 시간 공간을 생각하면 거기로 가 있게 되는 그런 능력이다. 속는 셈 치고 아버지가 말한 대로 했다가 그것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되자 팀은 흥분한다. 아버지는 팀에게 정말 원하는 일에만 심사숙고해서 그 능력을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팀은 첫사랑을 이루기 위해 그 능력을 사용하지만 어쩐지 상대는 시간을 거슬러 가서 다른 방법을 써봐도 팀과 진전이 생기지는 않는다. 팀은 집을 떠나 아버지 친구인 극작가 해리 챕먼 (톰 홀랜더)의 집에서 살게 되고, 그러는 중에 어떤 식당에서 운명의 상대인 메리 (레이철 맥아담스)를 만나게 된다. 메리에게 반한 팀은 메리의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하여 집으로 돌아오지만, 해리 챕먼의 연극 초연에서 배우가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되자 그걸 만회해주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썼다가 그만 메리의 전화번호가 사라지게 된다. 메리를 만나던 날 그가 챕먼의 연극이 상연되는 극장에 가면서 메리를 만나는 경험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팀은 메리가 좋아한다고 했던 사진작가의 전시회에 가서 무작정 메리를 기다리다가 그녀를 만나지만 메리는 이미 다른 남자를 사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팀은 다시 시간을 거슬러가 그 남자보다 먼저 메리를 만나 사귀게 되고 사랑을 키워간다.
메리는 팀의 아이를 갖게 되고 둘은 팀의 부모님을 만난 뒤 결혼을 한다. 한편 팀의 여동생인 킷캣 (리디아 윌슨)은 연인과 싸우고 음주운전 사고를 당하는데 동생을 위해 사고 이전으로 시간을 돌리고 온 팀은 자신의 아이가 바뀌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팀은 어쩔 수 없이 동생이 사고를 당한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병원에서 동생을 돌본다. 그러면서 킷캣이 서로 맞지 않는 지금의 연인과 헤어지게 하는 정도로만 문제를 해결하지만 이번에는 아버지가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버지의 폐암은 담배 때문이었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과거로 돌아가면 아들인 팀과 킷캣이 다른 아이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과거를 수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죽기 전에 팀에게 자신이 매일 똑같은 하루를 두 번 살고 있으며 그러면서 전날 미처 느끼지 못한 것을 새롭게 느끼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었다고 말해준다.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시고 팀은 언제든 아버지의 서재로 돌아가 아버지와 만날 수 있지만 메리가 셋째를 갖자고 하자 고민을 하게 된다. 아이를 가지게 되면 그 아이가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왔을 때 아이가 바뀔 위험이 있기에) 그러면 아버지를 만나러 과거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팀은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돌아가 그 이야기를 하게 되고 둘은 추억여행을 한다. 시간이 흘러 아이 셋을 둔 팀은 이제 더 이상 시간여행을 하지 않고 그 대신에 항상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최선을 다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간다. 팀의 하루하루는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자기 아버지를 닮은 행복한 모습이다.
2. 감상평
시간을 거슬러가는 타임 슬립 영화가 꽤 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코 좋았던 영화였다.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과 부자지간의 정이 잔잔하고 아름다웠던 것 같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팀과 메리일까. 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을 팀과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거슬러갈 수 있는 능력은 이 집안의 남자들에게만 내려오는 능력이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은 더 끈끈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미 이들 부자는 조금 독특해 보인다. 서재에서 늘 책을 읽는 아버지, 아들의 어떤 이야기든 여유를 갖고 들어줄 것 같은 아버지, 아들과 탁구 치는 즐거움을 삶의 가장 큰 낙으로 삶는 아버지, 유머가 있고 좀 헐렁하게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아들 팀. 나는 이 영화에서 팀의 아버지를 가장 눈여겨보았고 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들이 데려온 여자를 단박에 좋아해 주는 아버지가 바로 팀에게는 가장 큰 자산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여자 친구가 어떠냐고 물어보니 벌써 너보다 더 그 애가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할 때 팀은 마음이 어땠을까.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족들이 함께 있어서 팀은 이미 행복한 사람이었다. 여동생 킷캣은 오빠가 미술관에서 기다리던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오자 이층에서 뛰어내려 가 끌어안고 뒹군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장면이겠지만, 너무 흐뭇한 씬이었다. 오빠의 여자 친구를 진심으로 맞아들여주고 환영해주는 여동생.
나는 이 영화에서의 시간여행이라는 걸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았다. 물론 영화에서는 물리적인 시간여행이지만 이걸 조금 상징적인 다른 뜻으로 재해석해보았다. 이를테면 자기가 원하는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능력, 그런 것을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보면 어떨까?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 자기가 정말 가고 싶던 과거의 순간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곳으로 간다. 그건 이를테면 추억여행인 것이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순간으로 가서 사랑했던 사람, 다정했던 사람,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의 시간을 다시 반추하고 올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서 되돌리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그것도 할 수 있다. 그 시간 장소로 가서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상상을 할 수 있다. 과거의 그 시간으로 가서 뭔가 교훈을 얻고 올 수 있다면 현재의 우리는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고 그러면 우리의 미래는 바뀔 수 있다.
팀이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되돌아갔던 장면을 생각해보자. 메리가 셋째를 가지게 되면 아버지를 더 이상 만나러 올 수 없다고 팀은 말한다. 아버지는 전혀 서운해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마지막 산책을 하러 가자고 한다. 그건 둘 만의 추억이 깃든 바닷가 산책이다. 어린 날의 팀과 아버지가 바닷가 절벽길을 손을 잡고 오르고 해변에 서서 물수제비를 뜨고 모래밭에 앉아 있는다. 그건 삶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어떤 순간에 팀이 아닌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사랑했던 가족들과 함께 했던 과거의 한 순간으로 눈을 감고 돌아가 생생히 그들과의 추억을 곱씹으면 되는 일 아닐까. 그 순간으로 가서 그들과 대화하고 그리고 팀처럼 ' 고마워요, 아빠.'라고 말하고 올 수 있다. 그러니 이 타임슬립 능력은 어쩌면 우리 모두 다 장착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고 나는 영화를 보고 나서 내내 생각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바닷가 절벽 길을 오르는 팀의 반바지 입은 뒷모습에서 내 아들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마음이 울컥했다. 아이들은 정말 빛보다 빠르게 자라는 것 같다. 이 영화를 본 지 9년이 되었는데 그때 함께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봤던 어린 아들은 이제 훌쩍 커버렸다. 나도 시간 여행을 해서 아들과 함께 했던 어느 바닷가 한 켠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가서 고사리 같던 아들의 손을 다시 잡아보고 싶다.
결혼식 장면의 배경으로 쓰인 영국 콘월 바닷가도 너무 아름답다. 메리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데 너무 사랑스럽다. 팀과 메리가 처음 만나던 날 밤에도 메리는 붉은 색이 섞인 따뜻함 느낌의 스웨터를 입고 나오는데 팀의 첫사랑이 파란 원피스를 입고 침대에 앉아 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신부의 입장을 기다리던 팀은 살짝 춤을 추고 아버지도 아들의 결혼식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아내에게 지청구를 맞는다. 결혼식이 끝나갈 때 비바람이 부는데 메리는 투덜거리지 않고 그냥 웃는데 그것마저도 너무 아름답다. 어쩌면 인생은 일어난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질이 바뀌는 것 같다. 옷과 머리가 젖는다고 신부가 투덜거리면 신랑도 속이 상하고 하객도 힘들어진다. 그런데 메리와 팀은 그저 활짝 웃는다. 드레스가 날리고 하객들의 우산이 꺾이는데도 신랑과 신부가 웃으니까 하객들도 덩달아 웃는다. 어쩌면 결혼이라는 풍랑의 배에 이미 올라탄 사람들의 앞으로의 풍파를 예고하는 것 같은 상징적인 비바람. 그러나 그 속에서 활짝 웃는 두 사람의 웃음, 그것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다.
3. 기타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도 정말 좋다.
Ellie Goulding의 <How long will I love you>
Jimmy Fontana 의 <Il Mondo>
Nick Laird-Clowes 의 연주곡 <The About Time Theme>
# 자녀들에게 삶의 한 순간을 곱씹어보고 되돌아가 추억여행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유산을 물려주는 것일지도. 행복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획득되는 것일지 모른다.
어바웃 타임 (2013)
감독 : 리차드 커티스
출연 : 도널 글리슨, 레이철 맥아담스, 빌 나이 , 톰 홀랜더, 리디아 윌슨, 린제이 던칸
러닝 타임 : 123분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잠' - 추석 연휴에 볼 만한 영화 (0) | 2023.09.11 |
---|---|
영화 <더 테이블> - 네 개의 사랑 노래 (0) | 2023.01.31 |
영화 '죽여주는 여자' - 노인 빈곤, 질병, 고독사의 문제 (0) | 2022.12.28 |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 단 한 번의 사랑 (0) | 2022.09.26 |
레이버 데이 (Labor Day), 절망 속에서 피어난 사랑 (0) | 2022.09.22 |
댓글